문태준
출생
1970년 경상북도 김천
소속
불교방송 (프로듀서)
데뷔
1994년 문예중앙 등단
경력
1989 ~ 1995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1996 불교방송 포교제작팀 프로듀서
시동인 '시힘' 동인
2006 제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2005 제5회 미당문학상
2005 제3회 유심작품상
2004 제4회 노작문학상
2004 제17회 동서문학상
2002 고대문인회 신인작가상
1994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창작과비평사 2000
<맨발> 창작과비평사 2004
<가재미> 문학과 비평사 2006
<그늘의 발달> 문학과 비평사 2008
산문집
<느림보 마음> 마음의 숲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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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가재미’(문학과지성사, 6,000원)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편평한 몸으로 나서 제 몸을 모로 세우려는 욕망 없이 ‘좌우로(만) 흔들며’살다 가는 수평의 목숨. 가재미는 시인의 고향인 경북 김천 지방에서 가자미를 부르는 방언이다.
표제에서 연상된 것일까. 시집에는 수평의 이미지, 평면 지향의 서정이 도드라져보인다. 물에 누워 그 커다란 바퀴로 물 위를 구르는 수련의 “평면의 힘!”(‘수련’) “대팻날을 들이지 않는, 여물고 오달진 그런 몸의 마루는 없어요”(‘마루’), 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의 새순도 “평면적으로 솟”고 그 너른 풍경 앞에서는 “한 世界가 평면적으로 솟는다”(‘넝쿨의 비유’)
‘저수지’라는 시가 있다. “…//일어서본 기억이 없다// 산도 와서/ 눕는다/ 病이 病을 받듯/ 물빛이 산빛을 받아서// 넘어가본 기억이 없다/ 산빛이 차도 넘치지 않듯이// 먼길을 돌고 돌아가 만나는,/ 마음이 누운 자리” 모든 것들을 받아 안으면서도 텅 빈 듯 누운 물의 얼굴, 수평의 얼굴, 떠돌던 마음이 마지막에 되돌아가 눕는 그 자리는 ‘빈집의 약속’이라는 시가 전하는 빈집 같은 마음의 풍경과 다시 포개진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 마음이 가장 행복한 때는 ‘미륵의 미소’라 할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가 들어앉을 때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하지만 그 위안의 고요마저 시인은 욕심내지 않는다.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이 무욕의 희망은, 제 때 거두지 못한 텃밭의 열무가 흰 꽃을 피우게 하고 그 꽃마저 나비들에게 내주고 마는 ‘극빈’의 서정으로, 넝쿨처럼 평면적으로, ‘식물적으로’ 고요히 나아간다.
‘가재미’와 달리 간단없이 치켜서는 대가리의 욕망, 하늘이 기른 잠자리 날개의 그 “무서운 수평”과 달리 내가 세운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수평’)을 그의 시들은 조용히 잠재운다. 미륵의 미소가 말의 폭력을 잠재우듯.
두 번째 시집 ‘맨발’에서 시인은 시간 속에 갇힌 존재의 비의를 어스름 해질녘의 풍경속에서 추상이 아닌 구체의 일상으로 노래한 바 있다. 시단의 이름난 상들을 휩쓸다시피 한 이 젊은 시인의 시의 힘은, 깊이 오래 묵혀 정제된 서정으로 이 무거운 사유의 무게를 너끈히 떠받치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평면의 힘!”이다.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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