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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수업/시 배움 자료

[스크랩] 시창작 강의-7(시의 운율) -김송배

by 拏俐♡나리 2010. 3. 29.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성탄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이제 2002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잡다한 일상사를 정리하고 내년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시도 많이 쓰시고 이곳 ‘시창작교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럼 전번에 이어서 운율에 대해서 좀더 알아 봅시다.

③ 음수율(syllabig system)
  이 음수율은 각 시행의 음절수(音節數)를 일정하게 맞추는 운율입니다. 영시(英詩)에서는 음보(音步-metre)가 있고 한시(漢詩)에서는 다섯 글자로 맞추는 오언(五言)과 일곱 글자로 맞추는 칠언(七言)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형시인 시조나 가사, 기타의 신문학 초기의 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3 . 4조나 4 . 4조, 또는 7 . 5조 등으로 구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조선조 중기의 문인이었던 양사언의 시조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렇게 시조처럼 일정한 글자수를 맞추는 형식인데 지금 현대시에서는 별로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김소월의 [먼 후일]이라는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글자수의 배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시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시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어제도 오늘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그리고 한시에서는 전형적으로 이러한 오언이나 칠언절구를 갖추고 있습니다. 참고로 만해 한용운의 [차영호화상(次映湖和尙)]이란 작품을 봅시다. 내용은 “시와 술로 시름하는 나입니다만 / 당신도 문장으로 늙으시네요 / 눈보라와 더불어 부쳐온 글월 / 속절없이 설레이네 오가는 두 정”이지만 우리는 오언절구라는 운율에 유념하여야 하겠습니다.

  詩酒人多病 文章客亦老(시주인다병 문장역객로)
  風雪來書字 兩情亂不少(풍설래서자 양정난불소)

  역시 칠언절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김삿갓의 시 [무제(無題)]를 보면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徘徊(사각송반죽일기 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주인막도무안색 오애청산도수래)

라고 하여 일곱 글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의 내용은 김삿갓이 방랑을 하다가 어느 집에서 쉬어가게 되는데 주인이 너무 가난하여 죽 한 그릇으로 대접을 하면서 어쩔줄 몰라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합니다. “네 다리 소반에 놓인 죽 한 그릇 속에 하늘빛과 구름의 그림자가 함께 떠 있구나. 주인은 도리가 아니라고 쩔쩔 매지 마시오. 나 본래 청산과 물이 비치는 것을 무척 사랑한다오” 쯤으로 알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3-1-2. 내재율(內在律)
  지금까지 외형율, 그러니까 외적으로 나타나는 운율을 살폈지만 지금부터는 안으로 내재되어 확인되는 않지만 현대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내재율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내재율은 한 마디로 시의 호흡이나 템포(tempo-속도, 박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형시에서의 외형율처럼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있기는 있으나 분명히 지적할 수 없는 속으로만 생명처럼 존재하는 시인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의 저변을 흐르는 언어의 억양과 색조가 빚어내는 어떤 리듬입니다. 바로 현대시에서 언어가 갖는 속성이나 기능을 종합한 무형의 리듬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 내재율은 일정한 규칙이 없기 때문에 시를 쓰거나 읽으면서 스스로 체득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가령 윤동주의 [서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처럼 시의 외형상의 리듬은 보이지 않지만 속살로 흐르는 시인 특유의 맥박과 호흡니 살아 있습니다. 이것이 현대시에서 필요로 하는 내재율입니다. 다시 산문시의 형태를 갖춘 나의 졸시 [사랑법 . 9-시인의 사랑]이란 작품을 읽어 봅시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솔바람곁에 뿌리는 라일락 향기로 그대는
  내게 다가 왔다. 어느 후미진 언덕배기에서 안개 속 잡풀의 흔들림을
  보거나 마알간 냇물이 흰구름을 안고 치억들을 어루만지거나 아니 서
  해 바닷가 갈매기 울음을 듣거나 그대 눈빛은 항상 내 가슴 깊이 안
  기어 촉촉하다. 더러는 연한 불꽃으로 타오르는 무지개였다가 별안간
  이슬 한 모금 삼킨 주홍빛 꽃잎이었다가 스스로 앵두 입술 지그시 깨
  물고 사유의 골짜기를 오르내리는 순한 바람이었다가 아아 그대여, 이
  제 진실로 그대에게 들려줄 수 있는 한 마디 ‘사랑해’ 그 화음이 해뜰
  녘이거나 저물녘이거나 늘 함께 푸른 강물로 젖어 있다. 멀고 가까움
  이 이제 지워진 그 시인의 사랑 그리고 사랑법.

  이런 작품을 언뜻 보면 산문처럼 생각되지만 산문시의 형태로 표현되어서 명심해서 읽어보면 시의 맥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시는 외형율보다 내재율을 중시한는 점을 다시 강조합니다. 비록 자유시(현대시)라 할지라도 김소월과 김영랑 등 자연파 시인들은 음악성을 강조하는 작품을 많이 남기고 있는 점도 어찌보면 시는 음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시와 그림(繪畫-이미지)과의 관계를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출처 : 문학의 만남
글쓴이 : 남태평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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