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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수업/작가, 작품론

[스크랩] (단평) 검둥오리사촌에 관한 사유 -전기철 시인

by 拏俐♡나리 2010. 6. 22.

검둥오리사촌에 관한 사유

  /강경보

 

서울과학관 바닷새 전시관에서

바닷새 본다 재갈매기 쇠가마우지

고방오리 바다쇠오리 검둥오리사촌,

사촌?

검둥오리도 아니고

검둥오리 아닌 것도 아닌 그가

전시관 밖의 나를 쳐다보고 있다

제 속에 쟁여놓은 생각은 생각도 아니라는 듯

풍선처럼 부풀린 몸 꿈쩍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응시가

천년이 된 것처럼 바람 일으키고

파도소리를 다 밀고 오는데

어느새 박제된 내 가슴은

낯선 소용돌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어찌 아니랴, 오래전부터 나는

검둥오리사촌의 사촌이었으니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었으니 오늘도

저 고요 바깥에서 불편한 이름 하나

알처럼 품고 있다

 

  (단평) 전기철 시인이 쓰는

 

  시적 자아는 늘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존재한다.

자아의 존재가 현실적인 것 같았는데 비현실이고, 비현실의 상상속으로 들어가려 하면

현실에서 끌어당긴다.

결국 오도 가도 못한 채 박제된 자아의 부조리함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나는/검둥오리사촌의 사촌이었으니/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었으니 오늘도/

저 고요 바깥에서 불편한 이름 하나/알처럼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인은 박제된 존재로서의 자아에 대한 사유를 통해서 현실적인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갖는다. 그러므로 고요 밖, 즉 전시관 밖에서의 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간에 대한 허무이다. 

출처 : 삶이 끝날때까지
글쓴이 : 娘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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