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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펌/좋은 시 모음

섬강에서 / 장시우

by 拏俐♡나리 2011. 6. 17.

[200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섬강에서 / 장시우

 

 

열리지 않는 섬

꽃망울을 피어 올린 몸짓은 힘겹다

눈뜨지 못할 아침이 찾아와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햇귀는 그늘을 지운다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풀꽃은 잠시 흔들렸다

가슴깊이 물이스며

들숨 날숨이 뒤섞인 섬강은

뿌리 속으로 물이 들었다

물떼새 날갯짓 따라 흐른다

눈감으면 발목에 감기는 강물소리

그는 울음을 강바닥에 묻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달맞이꽃과 같아서

그에게 가서 입을 맞춘다

풋잠처럼 씨앗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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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예심에서 넘어온 12편의 작품 중 진유의 '풍경', 장시우의 '섬강에서',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 김정학의 '가벼워지는 집', 장은선의 '산골 폐교에서'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장은선의 집에 묻어 있는 삶의 얼룩들이 정감있게 형상화되고 있으나 후반부가 소홀했다는 느낌이다.

 

김린의 '눈이 녹지 않는 집'은 생의 온기가 빠져나간 현실을 밀도있게 다뤘지만 거기에 그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유의 '풍경'은 한(생각)을 담아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 부족함이 없다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장시우의 '섬강에서'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유연하고 신선하다.

 

신춘문예가 작품의 완벽성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것이고 보며 기쁜 마음으로 '섬강에서'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이상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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