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텔레비전 한 대만이 세상을 이어주고 있다.
적막한 어둠 속에 바다내음과 파도소리만이
우리가 있는 곳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문득 무료해진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투를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카운터에 부탁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아이들을 한쪽 벽으로 이불을 깔아 나란히 눕히고
아이들과 마주보게 이불을 깔고 새롬이와 나,
친정 어머니와 동생이 자리를 잡았다.
마침 친정어머니가 꼭 챙겨보시는 드라마가 시작되어
3대 여자가 나란이 한 방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하나 둘 잠이 들었다.
일찍 잠이 든 아이들이 하나 둘 깨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일어나 준비한 빵과 우유, 그리고 컵라면을 꺼냈다.
아침은 간단하게 요기할 요량이었다.
각자 아이들이 원하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채워 주었다.
난 라면 하나를 다 먹고 나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
빵 하나를 선택해 먹었다.
아침을 해결한 아이들은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물은 멀리까지 나가있고 바다는 갯뻘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여름만 같아도 아이들에게 갯벌 체험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빤질빤질한 갯벌이 요염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곰소 산 천일염을 샀다.
3년 정도 간수를 빼면 그렇게 좋은 수 없다고
시골 아낙이 되어버린 동생이 하도 탐을 내길래
두 자루나 사게 되었다. 나는 2kg 정도만 덜어달라고 하면서....
곰소에서 벗어나 어제 들렀던 모항을 지났다.
그리고 아이들과 영상테마파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입장료를 내고 테마파크 안에 들어서자
커다란 성 안에 고을 하나와 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왕의 남자, 일지매, 둥이 그리고 추노까지....
아이들은 신기한 듯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화면으로 보았을 때보다 약간 허접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고 좋은 가 보다.
동생과 널뛰기도 한 판 뛰어 보고, 투호도 해 보았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추억들을 여기저기에서 쓸어다
가슴 속 보물창고에 켜켜이 쌓아 갔다.
12시가 넘어 가는 시간 익산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출발했다.
익산 가는 길목에 변산해수욕장을 지나갔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은 사람이 꽤 많은 듯 했다.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온 걸 보면....
우리는 속도를 잠시 줄이고 눈으로 모래사장을 뛰놀았다.
다시 속도를 내어 부안, 김제를 지나 익산으로 향했다.
익산에 도착해 '미소야'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비싼 것만 시키자 동생이 너희들 용돈에서
만원씩 내라고 하자, 다른 녀석들은 툴툴 거리면서도
주문을 했지만 막내녀석은 돈이 아깝다고 자기는 안먹는 다고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형들의 꼬임에 넘어가 이만원을 내게 된 줄 아는 막내녀석은
돈까스를 다 먹더니, 회덮밥도 하난 더 먹어야겠다고 해서
우리를 또 놀래켰다. 2만원 어치를 먹어야 한대나...
결국 만원만 내면 된다고 하고는 일단락 지었다.
어린 녀석이 벌써 셈에 밝은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약간은 밉쌀스럽기도 했다.
든든한 배를 쓸며 동생과 논산에 있는 오리농장에 갔다.
오리바베큐 네 팩을 사고, 딸기 농장에 가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만큼 딸기를 공짜로 먹었다.
그리고 선물용과 우리가 먹을 딸기를 동생이 사주었다.
동생네 집에 들러 조카들과 동생을 내려주고
봄마중을 기분좋게 보내준 남편의 품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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