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의 구현과 제목 붙이기 강연호 (시인, 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
1. 주제의 구현과 소재의 설정
1) 주제의 구현
다른 장르의 글들과 마찬가지로 시작품 역시 일정한 언어적 형식을 통해 나름의 어떤 의미를 제시한다. 작품 속의 여러 단어나 어절 또는 문장들이 모여 통일된 전체의 의미를 제시할 때 이를 흔히 주제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텍스트는 나름의 의미나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만, 문학 작품은 그것을 직접적으로 생경하게 노출시키기보다는 간접적이거나 비유적으로 내포하여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제가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 있는 작품은 대체로 좋은 작품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특히 시 장르는 여타의 다른 장르에 비해 내포나 암시 혹은 비유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 역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더러는 그 작품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이 만만치 않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때 작품을 통해 구현되어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주제의 발견이다. 주제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쓸 때 누구나 정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사랑의 영원함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또는 현대인의 소외 등에 대해 시를 쓴다고 할 때, 여기서 '사랑의 영원함',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현대인의 소외' 등이 바로 주제인 것이다. 물론 모든 시가 이처럼 처음부터 어떤 주제를 정해 놓고 쓰여지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대상을 통해 순간적으로 얻어진 감흥이나 문득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서 출발하여, 나중에 거기에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시에서 좋은 주제가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주제는 결국 삶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는데,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방식이나 태도들 중에서 어떤 특정한 것이 좋다고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대상을 통해 담아내고자 한 그 의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품화할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주제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주제를 어떻게 구현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시를 쓰려면 주제의 구현과 관련하여 다음의 몇 가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제는 진솔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시뿐만이 아니라 모든 글쓰기는 진솔함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문학 작품은 결국 인간 삶의 이러저러한 면모를 통해 얻은 어떤 인생관이나 세계관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지은이 자신의 솔직한 정서나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작품은 제아무리 기발한 표현이나 놀라운 비유가 동원되었다고 하더라도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저 요란하게 치장한 겉치레의 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제는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막연하지 않은 게 좋다. 가령 '세계의 평화'나 '인류의 미래' 등과 같이 지나치게 거창한 주제는 지은이 자신이 감당하기에도 벅찰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공소한 느낌을 주기 쉽다. 또 '사랑'이나 '그리움' 등과 같이 지나치게 막연한 주제 역시 과연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그 사랑이나 그리움이 이성 간의 감정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혈육이나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 것인지 등이 최소한 구별되어야 한다. 주제는 또한 생경하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좋다. 문학이 삶의 가치나 원리, 종교적인 진리, 도덕적인 교훈 등의 인식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문학 역시 인간의 다양한 정신 활동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작품에는 결국 삶에 대한 지은이의 관념적 인식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문학은 그러한 관념적 인식을 겉으로 직접 드러내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우회하여 제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시작품의 경우 주제의 생경한 노출은 작품의 실패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습작기의 작품들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은 대체로 주제가 생경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소재의 설정
시작품의 창작에 있어서 주제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제는 글을 쓸 때 누구나 정하게 되는 것이지만, 작품의 성패는 주제 자체보다는 그 주제를 어떻게 구현했는가에 더 주목하여 결정된다. 주제의 구현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요소의 하나가 바로 소재의 설정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소재는 단순히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소재들 모두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작품의 중심이 되면서 주제의 구현에 기여하는 소재, 즉 제재를 말한다. 어떤 특정의 주제를 구현하기에 가장 적절하면서도 개성적인 소재를 발견했다면 그 작품은 이미 반쯤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영원한 사랑이나 세월의 무상함 등과 같이 진부하고 흔해빠진 주제라 하더라도, 거기에 알맞은 소재를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좋은 주제가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주제를 구현하기에 딱 들어맞는 소재는 따로 있다고 보아도 된다. 그러므로 좋은 시를 쓰려면 평소에 다양한 체험, 치밀한 관찰, 깊은 사색, 그리고 폭넓은 독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소재들을 풍부하게 축적시켜 놓아야 하며 문학적 상상력의 폭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좋은 소재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소재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지나치게 특이한 사건이나 상황을 소재로 동원하면 설득력이 떨어져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지은이 자신은 아무리 실제로 직접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널리 받아들여질 만한 보편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없다. 대체로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체험이나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실에 바탕을 둔 소재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한 소재는 독창적이고 참신해야 한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것을 소재로 설정하면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결과를 낳기 쉽다. 가령 세월의 흐름을 말하기 위해 강물이나 화살 등을 동원하는 것은 얼마나 식상한 느낌을 주는가. 독창적이면서도 참신한 소재의 설정은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라고 하겠다. 소재는 또한 단순히 작품 속에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과 결부시켜 사용해야 한다. 어떤 소재나 발상이 아무리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곧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풍부하게 해석하고 표현했는가에 따라 좋은 시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소재의 설정에 있어서 적절한 문학적 상상력과의 결합은 참신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주제와 소재의 관계와 역할
널리 알려진 몇 작품을 통해 주제와 소재가 작품에서 어떻게 제시되며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다음의 짧은 시작품에서 우리는 주제와 소재의 관계를 확연히 파악할 수 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유치환 「그리움」 전문
이 작품은 '그리움'이라는 관념적인 추상어를 제목으로 하고 있는데, 그 제목 자체가 바로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만큼 흔해빠진 주제가 또 있을까. 너무 흔해서 진부한 느낌조차 주는 그 정서를 시로 그려내기 위해 시인은 파도의 움직임을 동원한다. 파도는 쉴새없이 일어나 육지에 부딪치지만, 뭍(물이 아님을 유의하자. 어떤 책에는 버젓이 물이라고 표기한 것도 있다)은 까딱도 않는다. 이러한 파도와 뭍의 모습은 작품 속의 화자가 님에 대해 갖는 내적 심리 상태, 곧 님을 향한 간절함과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님이 화자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움의 감정은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탄식이 거듭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호소력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란 주제 때문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칫 진부하고 상투적이기 쉬운 주제가, 간결하면서도 보편적인 소재들을 통해 제시됨으로써 깊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燒酒를 마신다 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문
이 작품은 눈 내리는 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화자의 정서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내고 있다. 눈의 순결성과 밤의 포근함을 배경으로 하여, 세상의 상처를 위로해줄 정신적 공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물씬 묻어나고 있는 이국적인 정취는 작품 속에서 나타샤, 흰 당나귀, 그리고 눈 내리는 밤 등의 소재와 어울려, 화자의 간절한 정서 표출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샤'는 물론 화자 곁에 실제로 존재하는 연인이라기보다는 부재하는 연인을 표상한다. 그 연인의 이름이 서양식인 것도 동경과 열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는 불결한 세상에서 벗어나 산골로 가서 살고 싶은 화자와, 그가 기다리는 연인, 그리고 두 사람을 소망의 장소로 데려다 줄 매개적 존재로서의 흰 당나귀 등을 적절하게 소재로 설정하고 있는 작품인데, 그것들을 아예 나란히 열거해놓은 제목도 특기할 만하다.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낭만적 정서를 연시풍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에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전문
이 작품은 급격한 도시화, 현대화로 인해 성북동 산에 살던 비둘기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기게 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현실의 삶을, 성북동 산에 사는 비둘기를 소재로 동원하여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제가 거창하거나 공소하지 않고 소재의 설정이나 시어의 구사 역시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주는 울림은 상당히 넓고 깊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주제와 소재의 요건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1연과 2연에서의 구체적인 표현들과 3연에서의 추상적인 진술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둘기는 흔히 평화의 상징으로 곧잘 언급되는 새라는 것과, 특히 3연에서 '사랑'이나 '평화' 등의 관념적인 단어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은 지적할 만한 사항이다. 결국 3연은 앞의 두 연에 비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가 생경하게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물론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각각의 연에서의 표현을 통해 주제의 구현과 소재의 설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좋은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의 습작 작품을 통해서도 이러한 주제와 소재의 관련 양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낯부끄럽게 햇살이 휘날린다 사방으로 내갈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뽕짝의 메들리처럼 지겹지 않다 서캐처럼 매달린 꽃잎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겨울의 자궁 속을 허덕이다 붉어있다, 문득 붉다라는 말에 내 삶은 은근히 외로워진다 한때는 붉게 몽울진 외로움을 자랑 삼아 인생을 버팅기며 살아가던 날도 있었으리라 그럴 때면 급히 달려가는 앰뷸런스나 소방차가 허탕치지 않기를 얼마나 고심했던가 그렇게 고심하다 보면 이 봄날 원조교제 같은 쓸쓸함쯤이야… 라고 말하면 세상이 나를 죽일 놈 보듯 보았으므로 세상에서 변신은 걸리지 않으면 화려했다 걸리지 않는 외로움이 그리움이듯 그리움이 외로움의 궁상맞음이듯 누구든 궁상떨다 보면 자신의 입냄새조차 느끼지 못하고 삶이 이렇고 저렇고 말할 것이므로 내 삶은 이렇게 봄날 간다 ― 학생 작품 「봄날 간다」 전문
이 작품은 착상이나 전개가 나무랄 데 없으며, 이미지나 비유의 구사 등도 참신한 편이다.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표출되어 있어 상당한 창작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화자의 태도와 인식이 다소 어둡고 수동적이라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소재의 설정이나 시적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제목의 「봄날 간다」가 미리 암시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말하자면 '가는 봄의 쓸쓸한 정취'를 노래하고 있다. 이미 여러 시인들에 의해 다루어진 바 있는, 흔한 제목에 흔한 주제라고 하겠다. 익히 알려져 있는 제목이나 주제를 새삼스럽게 작품화하는 일은 사실 더 힘이 드는 법이다. 작품의 앞부분에 뛰어난 표현으로 언급되어 있듯이 그게 '뽕짝의 메들리처럼' 지겹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그리고 '그리움' 같은 관념적인 시어들을 걸러낼 수 있었으면 더욱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추상적인 정서를 그대로 생경하게 노출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시어들을 한 번도 아니고 거듭 되풀이하여 남발하고 있는 것은 시급히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제목 붙이기
1) 제목의 중요성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나름의 명칭이나 이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사물들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미움 등 인간의 정신 활동에 속하는 추상적인 것들도 명명화命名化의 과정을 통해 그 개념의 실체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단순히 호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존재와 의미를 인식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한 편의 시도 그 작품으로서의 존재와 의미가 인식되기 위해서는 이름이 붙여져야 한다. 시에서 제목은 말 그대로 작품에 붙여진 이름을 말한다. 물론 제목을 다는 것은 시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서 필요한 과정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시작품에서의 제목은 다른 장르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흔히 습작 작품을 평가할 때, 제목은 좋은데 내용이 그렇지 못하다느니 내용은 좋은데 제목은 고쳐야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이것은 그만큼 작품에서 차지하는 제목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에서 제목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제목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작품의 처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시선을 끌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제목은 작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작품을 기억한다는 것은 특정의 구절이나 내용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제목을 중심으로 하여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정지용의 「향수」,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이육사의 「광야」, 김수영의 「풀」 등 우리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은 이처럼 제목을 통해 기억 속에 환기된다. 이처럼 제목은 작품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시인의 이름을 대신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에서 제목이 중요한 이유는 또한 그것이 작품의 의미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는 다른 장르와 달리 고도의 압축이나 정제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내포적 의미가 강조되는 장르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특정의 구절이나 시어, 혹은 어미나 조사, 심지어 문장부호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작품 전체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구성 요소의 하나로서 제목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목으로 인해 전체 의미가 해명되기도 하고, 작품의 구조나 정서가 더욱 확장되기도 하는 것이다. 제목은 또한 작품의 응집과 확장에 기여한다. 한 편의 시작품은 여러 부분이나 요소들이 모여 전체의 구조를 이루는데, 이때 제목은 전체 구조를 한곳으로 응집하는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구조의 확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제목은 시에서 머리말이면서 맺는말이고 서론이면서 결론이다. 또한 제목은 시의 처음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끝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읽을 때와 달리 시를 읽는 경우에는 특히 제목을 거듭 되새기면서 본문을 읽어나가는 것이 작품의 이해에 효과적이다. 시작품의 창작과 관련하여 특별히 어떤 제목을 어떤 방식으로 붙이는 게 좋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작품에 꼭 들어맞는 제목을 적절하게 붙이는 것은 작품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은 좋은 제목을 정하는 데 있어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목은 본문의 주제나 내용과 일정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제목이 본문과 따로 놀고 있거나 전혀 무관하다면 작품 전체의 유기적인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제목과 내용을 서로 이질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일정한 긴장의 효과를 의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의 제목은 일반적으로 작품 전체의 의미, 정서, 분위기, 표현 등과 긴밀하게 어울려 하나의 전체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 너무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제목은 피하는 게 좋다.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제목은 특히 시창작의 초보자들이 붙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제목 붙이기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비해 제목이 너무 거창하면 공소해지기 쉽다. 또한 추상적인 제목은 자칫 내용까지도 모호하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은데, 추상적인 제목을 꼭 써야겠다면 본문은 더욱 구체적인 체험이나 실감나는 표현의 동원에 신경 써야 한다. 셋째, 본문의 내용을 모두 풀어 제시하는 제목은 피해야 한다. 제목에서 내용을 다 짐작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독자를 맥빠지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제목은 본문의 내용을 대표할 정도로만 집약하여 제시하거나, 아니면 다소 감추어 놓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일정한 호기심이나 상상력을 발동시키도록 유도하는 게 적당하다. 혹은 다양한 의미나 상상력을 떠올릴 수 있는 함축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넷째, 참신하고 독창적인 제목은 독자들의 관심과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참신성과 독창성은 작품의 본문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필요하다. 평범하고 흔한 제목보다는 일상의 감각이나 정서에 일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제목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인 것이다.
2) 제목을 붙이는 방법
제목을 붙이는 데 있어서 일정한 기준이나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제목을 붙이는 순서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 처음부터 제목을 정하고 작품을 쓰더라도 나중에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처음의 제목은 정해진 제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글감이나 주제나 소재 혹은 쓰고자 하는 글의 요지 등과 가까운 어떤 것일 뿐이기도 하다. 제목을 붙이는 방법은 분류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더 세분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다음의 몇 가지 경우로 살펴볼 수 있다.
(1) 주제의 제목화 주제나 요지를 제목으로 삼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문학 작품에서 주제는 지은이의 창작 의도나 정서와 관련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주제를 제목으로 삼는 경우, 그 제목은 대체로 추상적인 관념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향수」 부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주제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추상적인 관념어를 제목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은 구체적인 표현과 대상의 형상화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2) 중심 소재의 제목화 중심 소재를 제목으로 삼는 것 역시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중심 소재, 즉 제재를 제목으로 내세우는 경우 그 제목은 시 전체를 뒷받침해주는 글감의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시의 전체 내용이나 분위기, 정서 등을 집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왜가리 갈대 북서풍과 청둥오리의 2월 스스로 毒을 품게 하던 겨울의, 가난과 갈증의 새벽으로 가는 밤마다 몸서리치며 떨던 바다를 한 광주리씩 머리에 이고 고개 숙인 낙타처럼 또박또박 걷게 하는 하나뿐인 길 떠나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빵과 홀로 남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같은 그들이 버리고 간 추억이 깨진 소주병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불륜의 끊임없는 바퀴와 익숙한 체중을 못 잊어하는 옥수수밭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아이들의 뜨듯한 가랭이 같은 아직도 귀 대면 중무장한 병사의 씩씩한 발자국 소리 같은 것이 오래도록 남아서 태업한 꿈속까지 이어지는 나는 수척한 햇빛에 이리저리 반사되며 얻어터지며 철길 위에 팔 벌려 수평을 잡으며 위태롭게 걷는다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70年代 배호 김종삼 그리고 너는 ― 이창기 「수인선 철도」 전문
이 작품에서 제목의 「수인선 철도」는 화자에게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 중심 소재이다. 이 작품에서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는 이미지들은 모두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대상들이나 지난 시절의 어떤 체험들로 집약되면서 추억의 정서를 짙게 환기시킨다. 화자는 팔을 벌려 수평을 잡으며 수인선 철도 위를 걸으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3) 특정 단어나 구절, 문장의 제목화 작품 속의 특정 단어나 구절 또는 문장을 제목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작품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시어나 구절을 제목으로 삼기도 하고, 아예 첫 행이나 마지막 행에서 특정 부분을 따서 제목으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특정 구절이나 문장을 아예 통째로 내세워 신선한 느낌을 주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긴 제목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특정 단어나 구절, 혹은 문장을 제목화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작품의 중심 모티프나 중심 이미지 등이 제목에 내포되기도 한다.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전문
이 작품은 첫 행에서 제목을 따온 것인데 거침없는 직유의 표현을 통해 독자의 인식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을을 개나 매독 같은 것에 비유하고 있는 첫머리가 무척 인상적이다. 이러한 도발적 어휘들을 거침없이 구사한 뒤에, 작품은 이어서 과거의 기억들이 폐수처럼 고여 썩어가고 있으며, 꿈이나 의지 혹은 사랑 같은 것이 부식되는 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고 기다릴 만한 의지도 없는 삶, 그것은 곧 죽음 같은 삶이며, 결국 삶이 아니라 죽음일 뿐인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순간순간 죄는 색깔을 바꾸었지만 우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때로 우리 머릿속에 흔들리기도 하던 그네,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길바닥 돌 틈의 풀은 목이 마르고 풀은 草綠의 고향으로 손 흔들며 가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풀은 몹시 목이 마르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황황히, 가슴 조이며 아이들은 도시로 가고 지친 사내들은 처진 어깨로 돌아오고 지금 빛이 안 드는 골방에서 창녀들은 손금을 볼지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물 밑 송사리떼는 말이 없고,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전문
이 작품은 첫 구절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있듯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을 노래하고 있다. 미래의 어떤 것에 대한 기다림이나 희망은 인간 삶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림이 없는 삶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수의처럼 날리는 기저귀, 길바닥 돌 틈의 목마른 풀들, 먼지 바람, 도시로 간 아이들, 지친 사내들, 골방에서 손금 보는 창녀들 등등 희망 없는 삶의 단면들이 작품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희망도 미래도 없는 허술한 곳에 어떤 새들이 집을 짓겠는가. 작품의 중간과 끝에 두 번 반복된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는 문장을 아예 제목으로 내세워 어두운 주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4) 내용과 관계가 먼 단어의 제목화 시의 제목은 일반적으로 작품의 주제나 소재 혹은 내용이나 분위기, 정서 등과 관련되어 있으나 전혀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물이나 관념을 제목으로 삼아 특정한 효과를 의도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제목과 본문 사이에 끝까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 간에 일정한 비유관계가 성립되어 긴장감과 작품 전체의 의미 증폭에 기여하기도 한다.
가젤영양 한 마리 물 속의 악어에게 먹히고 있다. 순간이었 다. 가문 대지 목마른 가젤영양들이 가물어 말라붙은 초원을 걸어 물을 찾고, 그 물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코도 귀도 눈도 물 속에 감추고 숨어 있던 악어들이 돌진하였다. 정확히 몸통을 물린 가젤영양은 물린 채 깊은 곳으로 끌려갔고,먹이를 가로채려는 다른 악어떼들의 싸움 속에 형체도 없이 사라 졌다. 잠시, 가련한 이 짐승의 머리부분을 삼키는 예리한 이빨의 악어 모습을 끝으로 연못은 다시 적막 속으로 빠져 갔다. ― 이건청 「시인」 전문
이건청의 「시인」은 작품의 내용만 보면 약육강식의 비정한 논리가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은 다소 엉뚱하게 「시인」이라고 설정되어 있다. 독자들은 제목과 내용을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메마른 현대 사회의 비극성 속에 던져진 시인의 위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내용과 관계가 먼 대상을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그 관계가 전혀 이질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른 제목이 붙었다면 작품의 주제나 의미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제목과 내용이 서로 어긋나거나 이질적인 경우에는 둘 사이에 일정한 비유 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 아울러 제목과 내용 사이에 돌연한 긴장이 형성되어 작품의 의미가 풍부하게 증폭되기도 하는 것이다.
모과는 없고 모과나무만 서 있다. 마지막 한 잎 강아지풀도 시들고 하늘 끝까지 저녁 노을이 깔리고 있다. 하느님이 한 분 하느님이 또 한 분 이번에는 동쪽 언덕을 가고 있다. ― 김춘수 「리듬Ⅱ」 전문
김춘수의 「리듬Ⅱ」는 시인 자신이 의도적으로 작품의 제목을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먼 것으로 설정한 경우이다. 본문의 문맥 역시 뚜렷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제목과 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는 사실 거의 설명하기 어렵다. 독자들은 이 경우 각자의 수용 태도나 방식에 따라 폭넓은 상상력의 확장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무제無題」라는 말로 자리를 채우거나 아예 아무런 명칭도 붙이지 않고 공백으로 놓아두기도 한다. 이밖에도 제목을 붙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여기서 무엇보다도 유념해야 할 것은 작품의 존재로서의 의미나 구조의 응집과 확산에 제목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의 습작 작품을 통해 어떤 제목을 어떻게 붙이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저기 철봉 위에 놓인 김씨는 5만원이다
외길이다 발바닥이 채 반도 닿지 않는 전단봉 위의 페인트 칠은 더디기만 하다 이제 1005호만 하면 10층은 끝이다 살금살금, 게걸음을 치다가 발을 헛딛는 그 이제 휴식인가 출렁, 안전망이 그의 자유와 목숨을 맞바꾼다 페인트에 범벅이 된 옷, 갈아입을 새 없이 다시 오르는 오늘까지 한 동을 다 페인트칠해야 되는 김씨,
아들이 조른 나이키 운동화는 12만원이다 ― 학생 작품 「공사장에서」 전문
이 작품은 상당히 구체적인 사건과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첫 연에서 '김씨는 5만원이다'라는 다소 돌연하면서도 단적인 진술은 작품의 전개에 일정한 기대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준다. 그저 단순하게 건축 공사장 페인트공의 일당이 얼마인지를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물질적 금액으로 인간이 평가되는 현실을 은근히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유명 상표 운동화 가격과의 대비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이 시는 인간의 생명이나 가치가 모두 물화되어 평가되는 현대 사회의 부정성을 탄핵하고 있는 작품이다. 구체적인 사건과 정황을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간결한 시행으로 포착하고 있어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아쉬운 것은 제목이 다소 안일하게 처리되었다는 점이다. 물화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담고 있으며, 하루 임금과 운동화 값의 대비를 중심 소재로 하고 있으므로, 차라리 직접 상표까지 거명해서 「나이키 운동화」라는 제목을 붙여보는 것은 어땠을까. 거듭 궁리하다 보면 적절한 제목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주제의 구현과 제목 붙히기 / 강연호|작성자 아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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