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쉽게 잘 쓰려면 이중구조에 먼저 눈을 뜹시다
김영남(시인)
예를 들자면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 현재의 나와 과거 미래 또는 추억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그림 속의 나……등 이중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재의 이중구조라는 것이 있는데 즉 어떤 오브제를 갖다놓고 그 소재와 나와의 관계 둘로 보고 시를 써 나가는 것입니다. 그 첫째는 내가 아예 그 소재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이때 유의할 점은 본문 내용에 절대 그 소재가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 소재가 들어가면 단어를 보는 순간 내가 그 소재라는 환상이 갑자기 확 깨져버립니다. 둘째는 거꾸로 그 소재가 나로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이때는 그 반대로 나의 라는 말이나 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단어를 보는 순간 환상이 확 깨져버립니다. 셋째로는 그 소재와 내가 서로 마주보고서 떨어져 앉아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제목을 효과적으로 잘 붙이는 데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화장실에 대한 내용으로 시를 써 놓고 화장실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 방법은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더욱이 시 뿐만 아니라 소설 논문 일반 문서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제일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하여 화장실에 관한 내용으로 시를 쓰고 제목을 화장실로 붙여 효과적인 제목이 되려면 다음의 요건에 해당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그 화장실이 우리가 전에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특별한 모습의 화장실이거나, 아니면 그 화장실에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새롭게 의미가 창조된 화장실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이어야 그 시를 읽어줄 이유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시 내용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센텐스 키 센텐스를 제목으로 올리되 전체 내용을 아우를 수 있도록 약간 변용해서 붙이는 방법입니다. 필자가 이 방법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평소 광고 카피와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을 유심히 살피는 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즉 기사와 광고 카피의 헤드라인이란 시로 여기면 제목에 해당하는데 이걸 잘 뽑느냐 잘 못 뽑느냐에 따라 그 기사 또는 광고의 첫 인상뿐만 아니라 여운까지 전혀 다르다는 데에 착안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헤드라인이 그 카피, 기사의 핵심을 이우고 있는 내용이다 라는 것도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시 내용 중 가장 근간이 되는 내용의 속성을 가진 엉뚱한 것으로 제목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위의 내용으로 설명을 하자면 화장실 내용으로 시를 쭉 써놓고 제목을 김영남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시의 내용과 제목을 연관 지어 설명하자면 김영남을 화장실이다 라는 시를 쓴 거가 되는 거죠.
엉뚱하게 제목 붙이는 법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그 수준과 기교가 한결 세련을 요하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걸 잘 못 붙이면 시가 난해해져 무엇을 썼는지 독자가 잘 모르게 됩니다. 그러나 제목을 제대로 찾아 붙이면 매우 뛰어난 시로 금세 둔갑하게 됩니다.
시의 제목과 본문이 기본적으로 메타포 즉 은유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a는 b이다라는 은유관계가 있는 문장을 가져와 a를 제목으로 올리고 b에 해당하는 내용을 창조해 시를 만드는 방법이고, (상당한 수준을 요하는 방법) 두 번째는 b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써 놓은 다음 a에 해당하는 제목을 발견해 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쉽게 구사할 수 있는 방법)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표현으로 새롭고 독특하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뒤집어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남들의 시선이 다 한쪽으로 쏠려있을 때 자기는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남들이 전에 자주 보지 못했던 사고와 행동이니깐 우선 시선을 끌게 되고 새롭게 느껴지게 되는 거죠. 묘사란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인식체계로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사할 때 유의한 범은 시 전편에 걸쳐서 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요. 전편에 걸쳐서 구사하면 이것 또한 한쪽 체계의 인식구조로 건락하고 굳어지기 때문에 군데군데 양념치 듯 구사해야 되요. 특히 첫 연 첫 구절에 이걸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독자들을 아주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주변 소재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입니다. 즉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풍경 내에 있는 주변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시가 그림처럼 아주 선명하게 되고 초점도 또렷하게 됨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풍물, 풍경시를 쓸 때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출처] 시를 쉽게 잘 쓰려면 이중구조에 먼저 눈을 뜹시다 |작성자 아론 |
'나리의 수업 > 시 배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론] 자연적인 언어와 인위적인 언어 (0) | 2010.07.01 |
---|---|
시는, 온 몸으로 줍는 거라는데... (0) | 2010.06.07 |
좋은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0) | 2010.05.27 |
시 창작의 단계 (0) | 2010.05.27 |
박인환의 詩를 위한 몇개의 회상.. (0) | 2010.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