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조]
노을 / 반영호
저
피 토하면 꺼져 가는
운명을 보라
애절함이 분노처럼 끓어 넘치는
차라리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장엄한 이별
저토록
처절한 아픔을 어이하리
저토록
처절한 사랑을 어이하리
해질 녘
붉은 물결에 꽃 그늘로 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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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자유시적 수법 시조 영역 넓혀
응모 편수가 예년에 비해 30%쯤 증가했다. 그새 꾸준히 전개해 온 시조 보급 운동이 열매를 맺어 가는 증거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근래에는 시조 정형에 아주 어긋나는 작품, 단순한 글자 맞추기에 급급한 작품, 고시조 같은 공소한 관념적 작품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대신에 생경한 언어들을 그럴싸하게 꿰맞추어 이미지에 통일성과 명징성을 잃어서 결국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일차적으로 이복순의 '겨울 산', 정양숙의 '11월의 나무', 박홍재의 '새벽 시장', 반영호의 '노을' 등 네 편이 뽑혔다. 모두 수준작으로 수년 전만 해도 당선권에 들 만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거의가 근래 당선작들의 경향에 따라가는 듯한 인상이 깊었다.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더라도 자기만의 목소리를 우리는 기대한다.
그 중에서 반영호의 '노을'은 해설적 형상화적 일반적 시조 작법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한 이미지만으로 해변의 저녁노을을 표현했다. 중장의 사설도 퍽 간결하게 처리되어 부담스럽지가 않다.
이런 자유시적 수법이 시조의 표현 영토를 넓히는 데 일조가 되리라고 기대하면서도 시조가 정형만이 아닌 시조 특유의 분위기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맛과 멋이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함께 생각해 볼 대목이기도하다.
- 심사위원 : 장순하 시조시인, 최승범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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