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달밤"에 대하여 작가 소개 이태준(1904- ) 강원 철원 출생. 1920년 <시대일보>에 <오몽녀>를 발표하여 활동을 시작함. 박태원, 이효석, 정지용 등과 '구인회'를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해방 후 월북하였다가 숙청되어 고철 장수 등을 전전하다 숨졌다고 한다. 문예지 <문장>을 주관하였으며, <문장 강화>는 문장론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는 아름다운 문장의 대가였으며, 그의 소설에서도 그 점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향토적이며 서정적인 세계에 어울리는 문체, 세태의 변화에 밀려 가는 소외된 자의 잔잔한 아픔이 서정적으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의 주제는 상고주의적 측면을 짙게 풍기는데, 그것은 격조와 통하는 정신주의의 일면이라 하겠다. 소설뿐 아니라 동화, 희곡도 다수 발표하였으며, 많은 평론문이 있다. 대표작으로는 "아무 일도 없소", "불우 선생", "돌다리", "산월이", "영월 영감", "까마귀", "농군", "해방 전후", "꽃나무는 심어 놓고", "마부와 교수", "딸 삼형제" 등 주옥 같은 단편들이 많이 있다.
길잡이 1933년 <중앙>에 발표된 단편소설. '나'와 '황수건'이라는 사내가 엮어 내는 이야기인데,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못난이'로 불리우는 '황수건'은 과연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갈 수가 없을까. 그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와 이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 그리고 애상적 분위기가 돋보인다.
줄거리 성북동으로 이사 온 '나'는 시냇물 소리와 쏴아 하는 솔바람 소리 때문에, 그리고 황수건이란 사람을 만나고부터 이 곳이 시골이란 느낌을 받는다.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은 아내까지 거느리고 형님의 집에 얹혀 살면서 학교 급사(사환)를 일하던 중 일 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쫓겨난다. 그는 현재 원배달이 20여 부를 떼어 주는 신문을 배달하고 월 3원 정도 보수를 받는 보조 배달원으로, 그의 유일한 희망은 원배달이 되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가깝게 지내면서,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우두를 맞지 말라, 개를 키우지 말라는 등 여러 가지 실속 없는 참견을 한다. 그러나 그의 순진한 성격을 아는 '나'는 그의 투정을 끝까지 받아 준다. 그런데 성북동이 따로 한 구역이 되었으나 원배달은커녕 '똑똑치가 못 하니까' 보조 배달원 자리마저 떨어진다. 황수건은 '나'에게 하소연을 한다. '나'는 그의 처지가 하도 딱해 참외 장사라도 해 보라고 돈 3원을 준다. 한동안 그는 참외 장사도 가져 오고 포도도 훔쳐 오는 등 '나'의 집에 잘 들렀으나, 참외 장사도 실패하고, 끝내는 동서의 등쌀을 견디지 못한 그의 아내마저 달아난다. 어느 늦은 밤, 그는 달만 쳐다보며 서툰 노래를 부른다.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그를 부를까 하다가 그가 무안해 할까 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감춘다. 쓸쓸한 달밤이다.
등장 인물 나-황수건을 동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소설 속의 서술자 황수건-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남자. 학교 급사, 신문 보조 배달원, 참외 장사 등을 하나 모두 싫어한다. 끝내 아내마저 도망가자 달을 쳐다보며 우수에 젖는 주인공
구성 발단-'나'는 첫 만남에서부터 황수건이 못난이란 사실을 앎 전개-원배달이 소원인 보조 배달원 황수건의 과거 위기-보조 배달마저 쫓겨나고 '나'의 도움으로 참외 장사를 시작함 절정-참외 장사 실패와 아내의 가출 결말-달을 쳐다보며 깊은 우수에 잠기는 황수건
핵심 정리 갈래-단편소설 배경-서울 성북동 성격-애상적 시점-1인칭 관찰자 시점 제재-세상사에 적응 못하는 못난이의 삶 주제-각박한 현실에 부딪쳐 아픔을 겪는 삶의 모습
이해와 감상 '나'는 문안에서 성북동 시골로 이사 온 후에야 사람다운 삶의 체험을 통해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그것은 '못난이'가 눈에 잘 띈다는 사실로 나타난다. 문안에는 말하자면 잘난 사람들만 살기 때문에 '못난 사람'은 밖으로 나올 수고 없고 또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골은 '못난 사람'도 자신을 감추지 않고 사는 곳이다. '못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서툴고 어수룩한 생각을 통제 없이 표현한다는 것은 시골에는 그러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북동에 작은 집을 사서 이사 온 '나'에게 "왜 이렇게 죄꼬만 집을 사구 와겝쇼. 아, 내가 알았더라면 이 아래 큰 개와집도 많은 걸입쇼."라고 첫 대면부터 황당하게 면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바로 이런 인물에게 정을 느끼고 있다. '나'가 '반편'에 해당하는 '황수건'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를 느끼고, 또 이야기의 뒤끝이 깨끗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늘 복잡하고 깨끗하지 못했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두 인물의 관계가 아니라, '황수건'이라는 인물의 사람됨과, 그러한 인간이 사람만이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즉 이 세계는 약삭빠르고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곳이기에 '황수건'같이 신문 배달 자체만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 그래서 도중에 어느 집에서 지체되면 밤이 되어서 배달하는 사람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서 '반편' 같은 존재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태준의 대표작, 예를 들어 '까마귀', '밤길', '복덕방' 등은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에 패배 당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패배주의자들에 대하여 독자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서술자, 또는 작중에 뛰어든 관찰자 '나'의 동정적인 태도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나'가 '황수건'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러한데, 그러나 그와 같은 동정심은 휴머니즘 정신에 기반을 둔 것은 사실이지만, 회고(懷古) 취향의 나른한 서정성이 너무 짙게 배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의 마지막 대목인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는 문장은 이태준 문학 성향의 한 농축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문학이 '역사' 또는 '미래'와는 거리가 먼 것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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