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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수업/문학과 관련하여

내가 꼽는 우리나라 명문장 3개

by 拏俐♡나리 2013. 7. 11.

1.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
2. 최남선의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
3. 김구의 백범일지
  
저는 위의 세 가지 글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세 개의 글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정철의 관동별곡은 우리 말을 어쩌면 이처럼 자유자재로 희롱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글입니다. 정철은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느낌은 저만 갖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백년 전 구운몽을 지은 김만중도 정철의 글에 대해 극찬을 한 바 있습니다.

한문(漢文)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당시에 김만중 같은 사람이 정철의 가사를 극찬했으니 문장가는 문장가를 알아보나 봅니다. 그리고 최남선의 독립선언서는 아마 우리 역사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어려운 천하 명문으로 남을 것입니다. 독립선언서는 글에 군더더기가 없고, 박력이 있고, 조리가 분명하며, 남녀노소의 가슴을 뜨겁게 끓어 오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두 번째, 김구의 백범일지는 한마디로 감동적입니다. 자신의 일생을 이처럼 감동스럽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백범일지에서 나오는 감동은 단순히 글재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김구가 국가와 민족 앞에 사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동별곡과 백범일지, 독립선언서를 읽을 때마다 이런 위대한 문장가를 만들어낸 당대의 학문과 철학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구는 스스로 자기는 “상놈이고 못 배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놈’ 집안 출신의 백범 같은 사람이 고도의 애국심과 인품을 가진 인물로 성장한 것을 보면, 그런 인물을 길러낸 당시 시대를 조금은 존경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최남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장가가 나올 수 있는 것도 당시 사회의 지식 축적과 교양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천 년을 남길 글을 쓸 수 있는 문장가가 이 땅에서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가 워낙 바탕이 얇고 감각적인 사회로 바뀌는지라, 우리 시대에서 정철이나 최남선 같은 대 문장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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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2-11, 조회수 : 2597
원문: 월간조선 홈페이지 <이상흔의 재 너머 이야기>, 원문 일부 수정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