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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일상/길위의 학교

[스크랩] 정지용기행 후기와 사진--둘째 날

by 拏俐♡나리 2010. 4. 14.

 


옥천 시내의 ‘문화의 거리’에서 정지용 시인의 시비작품들을 감상합니다. 안면희 선배님이 ‘고향’이라는 시를 설명해 주십니다.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이 기억에 남는데, 그러니까 산새들의 때에 따른 몸짓을 시인이 간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이 고향인 저로서는 그런가보다 하는 내용입니다만 선배님은 그 묘미를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또 선배님은 고향을 떠나봐야 고향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다고 하십니다……해서 능력이 되면 서울을 떠나야 하겠습니다. 뭐라 하지 마십시오.

 

 

 


‘향수’가 새겨져 있는 지용시비 앞에서 사진 한 장. 노래가사를 낭송하니까 노래 리듬이 생각나서 잘 안 되더군요. 보기 좋게 제 낭송을 방해한 어진이(김강섭 선배님 아들)가 이럴 땐 딴 데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 흉상. 제가 이 분과 좀 닮지 않았나요?

 

 

 


개나리 아가씨들(염 선배 이번만). 오른쪽부터 염미정 선배님, 최명자 님, 이은숙 님. 서로 동갑내기입니다. 친구가 친구를 불러내 다 같이 강남 가는 제비가 되는 전형적인 문학기행반 인연 케이스. 사람 좋아하는 염미정 선배님의 예쁜 성화를 즐거이 바라봅니다. 어느덧 고향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살고 계신다 고백하셨습니다. 자기보다 남을 높이려 애쓰시는 그 푸근한 덕을 기억합니다.


왼쪽의 이은숙 님. 최명자 님 직장동료이십니다. 이번 기행을 시작으로 5월 초까지 기나긴 여행을 떠나신다 하셨는데 부디 좋은 여행, 안전한 여행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행이 주는 풍성함도 한껏 거머쥐고 오시길.


가운데의 최명자 님. 손에 쥔 게 핸드폰인가요? 색깔이 개나리 색과 똑같아 어울려요.

  


 

 

정지용 문학관 강의실에서 만난 문예지들. 제 여행 방식 특성이 강의할 때 강의 안 듣고, 안내 설명할 때 안 듣고 딴짓하기입니다. 그래도 보기 좋지 않나요? 아, 저 말고 이 문예지들 말입니다. 쩝.


한 마디 더. 그렇게 정지용 시인 모교인 죽향 초등학교에서도 딴짓하고 있는데 덕분에 그 학교 교훈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심이 일렁이는 학교, 꿈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애국이니 효도니 하는 것이 아닌, 시인의 모교답게 멋들어져 보이는 문구가 아닌가요?

 

 

 


어느 집 얕은 담 너머로 보인 텃밭과 마당. 노란 수선화가 피워져 있습니다.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가 문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마당 깊은 집이 부럽습니다.

 

 

 

 

장계리로 갔습니다. ‘멋진 신세계’라는 곳입니다. 얼마나 정성이 가득하게 꾸며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단번에 반했습니다. 그곳 ‘원고지’ 마당 겸 천장 조형물에서 글자가 되어 노닐었습니다. 곳곳에 정지용 시와 ‘정지용문학상’ 시들을 멋진 조형물로 승화해 놓았습니다. 안내자이신 김성장 시인님에 따르면, 유원지였다가 운영이 안 돼 쓸모없게 된 곳을 미술가들이 앞장서서 살려놓은 곳이라 했습니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곳곳에 살아있어 한나절 산책이 더없이 즐거웠습니다. 부디 이런 식으로 ‘살리는 디자인’이 퍼지기를. 사람 죽이며 돈의 화신과 개인의 야욕의 산물이 되어버리는 그런 디자인 말고.

 

 

 


제 마니또가 되어 준 모녀. 딸은 손 아픈 엄마의 ‘보이는 마니또’가 되어주고, 딸은 엄마 친구의 마니또가 되어주었습니다. 참 다정다감하죠? 그런데 이 모녀는 공주와 ‘공주’, 그러니까 모녀가 전부 공주인 아주 특이한 케이스의 집안입니다.

 

 

 

 

 


원고지가 오래되거나 불에 그을리면 휘게 되지요. 바로 그런 원고지의 가장자리와 한가운데 있는 ‘글자들’입니다. 글자들은 원고지 위에서 팡팡 뛰며 자기를 만들어준 주인한테 소리지릅니다. 글자와의 대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문학작품. 특히 시(詩)는 까탈스러운 시인의 마음에 들어야 원고지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위 얼굴들을 보니 무사통과한 시어(詩語)들입니다. 

 

 

 


아름다운 호수. 자잘한 물결이 일렁입니다. 나룻배도 있더군요. 저 호수가 대청호의 일부가 되는 건가요? 아름답지만 저 호수 밑은 농민들이 살던 마을이기도 하기에 수몰민에게는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풍경입니다. 그저 공존의 방식을 선택하는 지혜로운 문명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말씀을 참 잘 하시는 길잡이 김성장 시인님이 즉석 무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더할나위없는 무대. 이동근 님의 뛰어난 하모니카 소리가 메아리쳐 울립니다. 제 몸과 카메라 가방을 이고 가느라 힘들었던 제 발도 잠시 쉼을 가집니다.

 

 

 

 

호숫가에 있던 '버들강아지'라 불리는 갯버들. 연한 연둣빛이 아련한 기분을 갖게 합니다. 작년 이맘 때 법정 스님께서 봄꽃을 맞이하며 하신 말씀을 옮겨 봅니다.


“여름이 깊어지면 다 같은 초록색이 되지만, 처음 잎이 펼쳐질 때에는 그 나무가 지닌 독특한 빛깔을 내놓는 것입니다……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꽃은 우연히 피지 않습니다.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의 그 배후에는 인고의 세월이 받쳐 주고 있습니다. 참고 견딘 세월이 받쳐 줍니다……꽃과 잎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한번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일기일회> 중에서)

 

 

 


“기행 가면 이런 뻔한 단체사진 꼭 찍어야 하나요?”

“기행 때는 원래 다 그래.”

“어휴……”


“‘원래 다 그래’를 뒤집어라!”

 

 


“올레”

 

 


 


위 위쪽의 사진은 성광영 선배님의 아이디어에 따라 사람 글자 문(文)자를 만들어 찍은 것입니다. 안면희 선배님의 지휘 아래 어렵게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원고지 위니까 저희는 글자이고, 글자는 아주 어렵게 어렵게 시인의 고뇌 속에서 만들어져 찍힙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체사진. 저도 잠시 끼어들었습니다.


제가 전에 소개한, 올해 샘터 4월호에 나오는 “보시는 꽃마다 축하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읽어보십시오. 보시면 아시겠지만 꽃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들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상 여기저기서 ‘행복’을 언급하는데 위 잡지에서 40주년 기념으로 새삼스레 ‘행복’을 묻습니다. 그것도 접해보시기를. 행복은 아주 작은 데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데서 시작됨을 압니다. 기행 버스를 타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알아서 노력해 볼 요량입니다. 다들 행복스런 기행이 되셨기를. 삶이라는 여행을 다시 시작할 때 힘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출처 : 방송대문학기행반
글쓴이 : 박태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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