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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수업/시 배움 자료

[스크랩] [제 4강의 ] 여행 연습1 (오줌, 단풍) /박석구

by 拏俐♡나리 2010. 9. 13.

*오줌

연잎 위에 이슬이 고여 빛을 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호숫가에서 본 풍경입니다.자, 한 번 물어 봅시다. 당신이 당신에게

'이슬이 무엇처럼 빛을 내고 있습니까?'

'구슬처럼.'

다시 한 번 물어 봅시다.

만약, 연잎 위에 오줌이 고인다면, 구슬처럼 빛을 낼까요, 빛을 내지 않을까요?

대답해 보십시오. 모르겠으면, 아무도 모르게 당신이 연잎 위에 오줌을 직접 싸 보십시오. 대답이 생각났다면,

인식하기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정리하기. 될 수 있는 대로 간단하게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 이것도 압축입니다.

오줌도 연잎 위에 고이니, 구슬처럼 빛을 내는구나.

'오줌'을 인물, '연잎'을 배경, '구슬처럼 빛을 내는구나'를 사건이라고 생각합시다.

'오줌'을 인물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입니다.

생각의 전환이야말로 직관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 이것이 상상의 뇌관입니다.

다듬어 봅시다. 매듭을 만들어야겠지요? 매듭을 만든다는 것은 행과 연을 구분하는 것.

오줌도
연잎 위에 고이니
구슬처럼 빛을 내는구나.

서경적 묘사와 해석적 진술이 알맞게 어우러진 시가 되었습니다.

가슴에서 야릇한 웃음이 배어 나오지요? 이것은 풍유법, 대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서 비꼬아 보는 표현기교입니다.

'오줌'은 보조 관념, 원관념은 뒤에 숨었습니다. 무엇이 숨었을까요? 그리고 '연잎'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연잎'은

 '좋은 자리, 높은 자리, 힘있는 자리, 그래서 모두가 앉고 싶은 자리'가 아닐까요? '구슬'은 '가치 있는 것'.

그렇다면, '오줌'은 '사이비' 곧 '빛 좋은 개살구'가 되겠군요. 시어의 속에 숨겨진 의미, 이것이 상징적 의미입니다.

* 단풍
단풍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어디서나 만나는 풍경이지요?

단풍은 어젯밤 무엇을 했기에 저렇게 타오를까요?

화내지 않을 정도로 은근하게 단풍에게 물어 보십시오. 무엇을 상상했기에 은근하게 물어야 되는 걸까요? 짙은 사랑 이야기 하

나, 상상했지요? 이젠, 당신의 질문을 다듬어 옮겨 보십시오. 단풍에게 직접 묻는 형식으로 바꾸어 행만 구분하면, 멋진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어젯밤 너는
무엇을 했기에
지금도 그렇게
타고 있느냐.

이런 때는 단풍나무의 대답은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당신의 가슴속을 훔쳐보려 할 테니까.

이것이 여운입니다. 질문만 던져 놓고 답을 하지 않는 것.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 스스로 찾게 하여 독자의 가슴속

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여운을 남기는 방법에는 위와 같이 질문만 하고 대답하지 않는 방법과 시구의 한 부분을 생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질문을 하

는 방법을 문답법, 시구의 한 부분을 생략하여 여운을 남기는 방법을 생략법이라고 합니다.

표현방법은 대상에 대한 판단을 숨겨 놓은 해석적 진술입니다.

* 잔치
똥 위에서 파리 떼가 윙윙거립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풍경입니다. 이처럼 시의 소재는 어느 곳에든지 널려 있습니다. 질문을 해야겠지요?

지금, 파리들은 똥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상상하여 대답해 보십시오.

잔치.

내용을 정리해 옮겨 봅시다.

똥 위에서 파리들이 온종일 잔치를 벌이고 있구나.

조금만 손질하여 행만 구분하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짧은 시, 그러나 너무도 긴 시.

똥 위의 파리 떼들
온종일 잔치를
벌이고 있구나.

'똥'은 무엇을 의미하고, '파리'는 무엇을 나타냅니까? '똥'은 '부정적인 것', '파리'는 '부정적인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상징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을 말해서는 안됩니다. 파리 떼들에게 습격을 받을지 모르니까?

뭔가 야릇한 웃음을 입가에 물려주지 않습니까? 가끔은 이렇게 욕을 하며 사는 것이 삶이 아닙니까? 욕도 멋지게 하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표현 방법은 눈에 비친 풍경을 빗대어 드러낸 서경적 묘사와 대상에 대한 비판을 드러낸 해석적 진술이 어우러졌습니다. 표현

기교는 풍유법과 영탄법입니다. 풍유는 원관념(어떤 대상이나 의미)을 완전히 뒤에 숨기고, 보조관념(다른 대상)만으로 숨겨진

본래의 의미(어떤 대상이나 의미)를 암시하는 비유입니다. 특징은 비판성, 교훈성, 풍자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대상

을 비꼬아 놓았지요? 이것이 풍자성입니다.

이런 것이 시냐고요? 그렇습니다. 이런 것도 시입니다. 시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것은 특별한 것처럼 행동하는 시인

들일 뿐입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것, 생각되는 것을 다듬어서 옮기면, 그것이 시입니다. 그리고 시는 특별해지고자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마음, 우리의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 휘파람
바람이 불어옵니다.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나무가 흔들립니다. 휘파람 소리가 납니다.

지금, 휘파람을 부는 것은 나무입니까? 바람입니까?

답을 알았다면, 인식하기가 끝납니다. 정리해 봅시다. 정리할 때는 소설의 구성 3요소를 인물, 사건, 배경을 가슴에 새기며 정

리해야 합니다.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나무들이 몸을 흔들며 휘파람을 분다.


문장 성분의 위치를 바꿔 시의 옷을 입혀 봅시다. 문장 성분의 위치를 바꾸는 것, 이것도 퇴고의 한 방법입니다.

바람이 부니
나무들이 휘파람을 분다.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표현기교는 의인법, 표현방법은 서경적 묘사와 해석적 진술이 하나로 어우러졌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나무는 휘파람을 붑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불안하지요? 휘파람과 먹구름은 서로

상대적인 시어입니다. 휘파람은 긍정적 의미로, 먹구름은 부정적 의미로 쓰였습니다. 두 시어 중, 어느 시어가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줄까요? 먹구름이지요? 왜, 그럴까요? 마음속으로 소리나지 않게 읊어 보십시오. 그러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 전

체에 영향을 주는 시어가 긍정적으로 쓰였느냐, 부정적으로 쓰였느냐에 따라 그 시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시를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어의 쓰임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시가 긍정적인

가, 부정적인가. 희망적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 먹구름이 몰려오는데 나무처럼 휘파람을 부는 놈이 있으면, 그놈에게 쑥떡이나 하나 먹여줍시다.

표현기교는 의인법과 도치법, 표현방법은 독백적 진술입니다. 의인법은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비

유법, 도치법은 문장 성분의 순서를 바꾸어 시적 여운을 남기는 강조법입니다.

의인법을 잘 활용하면,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깁니다. 모든 대상을 의인화해 보십시오. 거기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당신

의 가슴에 안겨 와 다정히 속삭일 것입니다.

그리고 도치법도 잘 활용하면, 멋진 시를 쓸 수 있습니다. 평범한 문장이라도 문장 순서만 바꾸면, 멋진 시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그럼, '꽃이 피려고 하는데, 비가 오는구나.'를 '비가 오는구나, 꽃이 피려하는데'로 바꾸어 읽어봅

시다. 느낌이 다르지요? 이것이 도치법이 주는 잔잔한 감동입니다.

* 허수아비. 1
바람이 붑니다. 허수아비가 논 가운데 홀로 서서 흔들립니다. 새떼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닙니다.

가을 들판의 풍경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허수아비는 논 가운데 홀로 서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필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라고 했습니다. 허수아비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답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습니

다. 당신의 머리 속이 아니라 가슴속에 있습니다. 답이 생각났으면, 정리하여 봅시다.

바람이 부는데, 허수아비 혼자서 새떼들을 쫓고 있다.

다듬어 봅시다.

바람이 부는데
허수아비 혼자서
새떼를 쫓고 있네.

* 지금쯤 허수아비는 들판에서 땀을 펄펄 흘리고 있을 겁니다. 그놈 덕에 우리가 배부르게 먹고사는 것이 아닐까요?

표현기교는 의인법, 표현방법은 서경적 묘사와 해석적 진술의 조화. 시어를 한번 되씹어 볼까요? 되씹어 본다는 것은 시어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것. '허수아비'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허수아비가 아닌 다른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요? 이것이 상징

적 의미입니다. 겉에 드러난 시어의 의미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는 것, 이것이 시의 감칠맛입니다.

* 생각해 봅시다. 지금도 자기의 일터에서 땀을 펄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슬픈 이야기지만, 바로 그분들이 허수

아비가 아닐까요?

* 그림자
당신은 깡말랐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그림자도 깡말랐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당신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자, 상상의 날개를 펴 당신에게 물어 보십시오?

겨울이 와 옷을 껴입으면, 당신의 그림자는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대답을 당신의 질문과 섞어 정리해 옮겨 봅시다. 현재시제의 문장으로 다듬어야 현장감이 있겠지요?

겨울이 와 옷을 껴입었는데도, 내 그림자는 나처럼 여전히 깡말랐다.

다시 다듬어 형식에 맞추어 봅시다.

겨울이 와
옷을 껴입었는데도
내 그림자는
여전히 깡말랐구나.

당신의 그림자는 어떤 빛깔입니까? 부처님과 예수님의 그림자는 금빛. 이젠 알겠지요, 당신 그림자의 빛깔을? 검은빛이나 회

색빛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림자'가 머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깡마른 당신의 그림자'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당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아닐까요?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에 속아 무엇인가를 남기려고

한, 우리들의 어릿광대 같은 몸짓이 그림자가 아닐까요?

동물원에 갇혀 사는 호랑이에게 가 물어 보십시오, 가죽을 남기기 위해 죽겠느냐고. 그래서 우리도 이름을 남기기 위해 지금 당

장이라도 죽어야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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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의 만남
글쓴이 : 글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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