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아비. 2
허수아비가 땀을 흘리며 들판을 지키고 있습니다.
안타깝지요? 왜, 그럴까요?
당신은 허수아비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데, 허수아비만 모르는 비밀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안다면, 어디 한 번, 아무도 모르게 허수아비에게 슬며시 알려 줘 보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면
당신은 배반자가 되니까.
비밀이 무엇일까요? 모르겠습니까? 그렇다면 생각해 봅시다.
지금, 허수아비는 들판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땀을 뻘뻘 흘리며 익어 가는 벼를 지키고 있지요?
그 벼는 누구 것입니까? 허수아비 것입니까, 아닙니까? 이제 비밀을 알았지요? 그럼, 허수아비에게 비
밀을 털어놓아 보십시오.
허수아비야, 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키는 것들은 네 것이 아니란다.
다듬어서 행을 구분하면 시가 됩니다.
허수아비야,
네가 땀을 흘리며
지키는 것은
네 것이 아니란다.
허수아비가 지키는 것은 누구의 것일까요? 되새겨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러나 말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에게 몰매를 맞을 테니까. 표현기교는 의인법, 돈호법, 표현 방법은 당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해석적 진술입니다.
* 술꾼
술꾼들이 오리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이 술에 취하면 어떤 소리를 낼까요?
대답해 보십시오, 오리 소리를 흉내 내면서. 대답이 생각났으면, 당신이 본 상황과 대답을 결합하여
정리해 봅시다.
오리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시는 저 사람들, 술에 취하면 틀림없이 오리처럼 꽥꽥거릴 것이다.
다듬어서 행을 구분하여 봅시다.
오리 고기를 먹는
저 사람들
술에 취하면
꽥꽥거릴 거야.
* 먹는 대로 된다는 말이 생각나지요? 당신은 어떤 고기를 좋아합니까? 토끼고기, 돼지고기, 여우고
기, 뱀고기, 천하를 호령하는 호랑이고기 중, 무엇을 좋아합니까? 아니, 우리는 어떤 고기를 먹고, 어
떤 소리를 내며 살아야 뒤탈이 없을까요?
표현기교는 의성법, 표현방법은 당신의 판단을 드러낸 해석적 진술. 의성법은 소리를 흉내 내는 비유
법입니다.
*빈집
모두 떠난 빈집입니다. 버리고 간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장독대에 가보니 깨진 장독에 빗
물이 고여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빗물 속에 하늘이 들어와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집
니다.
필요한 것만 선택하여 정리해 봅시다. 이것이 소재 선택. 소재 선택은 당신의 권리. 당신 뜻대로 골라
정리해 보십시오.
깨진 장 독 속에 하늘을 담아 놓고 모두 떠나갔구나.
다듬어 봅시다.
모두 떠나갔구나
깨진 장독 속에
하늘을 담아 놓고.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지요? 이것이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버린 우리들의 고향 모습입니다. 표
현기교는 영탄법과 도치법. 표현방법은 1행은 해석적 진술, 2, 3행은 서경적 묘사입니다.
* 눈. 1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산 속으로 낯모르는 사람 하나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산 속에 발자국이 남을까요? 남지 않을까요?
모르겠으면, 당신이 직접 걸어 보고 정리해 봅시다.
눈이 내리는 산 속을 낯모르는 사람 하나가 걸어가고 있는데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다듬어 봅시다.
눈 내리는 산 속
낯모르는 사람 하나
발자국 없이 걸어간다.
표현방법은 서사적 묘사, 사건이나 현상을 시간의 연속을 통해 그려내는 묘사입니다.
한 번 소리 내어 읊어 봅시다. 시는 소리 내어 읊어 봐야 가슴이 울립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읊
어 봅시다. 그러면 그 속에서 다른 뜻이 울어 나옵니다. 이것이 시의 함축성. '발자국' 속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말을 바꾸면, '발자국'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삶의 흔적'을 나타낸다고
해도 되겠지요?
* 흔적 없이 살아가는 '낯모르는 사람'은 당신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신선이나 도인이겠지요?
* 개불알풀꽃
마음이 편치 않아 혼자 길을 걷고 있는데, 개불알풀꽃이 발에 밟혔습니다. 개불알풀꽃이 투덜대는 소
리가 들려오지요?
뭐라고 투덜댑니까?
당신의 가슴속에 핀 개불알풀꽃이 뭐라고 투덜댑니까? 다시 한 번 들어보십시오. 들려오지요?
어떻습니까, 꽃에게 욕을 얻어먹은 기분이?
그 기분을 개불알풀꽃에게 그대로 털어놓아 보십시오.
개불알풀꽃아, 미안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네가 아니라 내가 마음이 편치 않단다.
조금만 다듬으면 시가 됩니다. 어차피 시는 말장난, 맛있고 멋지게 고쳐 봅시다, 사과처럼. '내가 마
음이 편치 않다'를 '내가 개불알이란다.'로 바꾸면 멋지겠지요?
개불알풀꽃아,
지금은 네가 아니라
내가 개불알이란다.
그러면 개불알꽃이 웃겠지요? 표현기교는 돈호법, 의인법. 표현방법은 당신의 심정을 털어놓은 독백적
진술입니다. '개불알'이 동어반복이지요? 이때는 동어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유희적 효과입니다.
* 장난감 총
동네 꼬마아이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아무 곳에나 총을 마구 쏘아 댑니다. 당신은 벌
써 그 총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어떻습니까? 꼬마아이가 곧 세계를 정복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 꼬마아이가 부럽지요.
그럼, 어린이가 되어 보십시오. 아이의 총을 빌려 당신의 마음대로 총을 쏘아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온 세상을 당신의 손 안에 넣을 수가 있습니다.
인식된 내용을 정리해 봅시다. 정리할 때는 하나의 이야기나 한 폭의 그림, 한 바탕의 생각을 순서에
맞게 엮어 보자고 했습니다.
동네 꼬마아이놈은 장난감 총 하나만 가지면 온 세계를 정복할 것같이 설쳐댑니다. 나는 그놈이 부럽
습니다.
약간의 변화를 주어 꼬마아이놈에게 당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바꿔 보십시오. 이것이 당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독백적 진술.
장난감 총 하나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너,
나는 정말 네가 부럽다.
* 이제 당신은 세계를 정복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가슴 속에 쌓인 것이 있을 때는 아이의 총을 빌리
십시오. 사면 절대 안 됩니다. 반드시 빌려야 됩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가슴을 빌릴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삶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들은 아이들의 장난감, 어른들은 어른들의 장
난감으로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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