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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펌/읽다가 멈춘 곳

난설헌 / 최문희 - 2

by 拏俐♡나리 2012. 2. 9.

p53

 

열 손가락의 맞물림 같은 것이 결혼인가, 너무 조여잡은 손가락들이 어느새 저려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반드시 행복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서로의 숨결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만남일까.

 

 

p66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기에 더 은밀하고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p67

 

계절에 따라 발바닥에 와 닿는 잔디의 느낌은 다르다. 이슬 머금은 여름 잔디의 감촉은 관능적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맨살을 적시고, 젖은 살갗이 설핏 잦아드는 느낌은 참으로 청정하다. 그래서 밟으면서도 무언가 송구해지는 심정에 자꾸만 오금이 저려든다. 발디딤조차 조심스럽다. 파릇파릇 싹의 틔우는 한식에서부터 시름시름 낙엽 들기 시작하는 중추절까지, 잔디에 스민 이슬의 감촉은 상큼하고 부드럽다. 상강이 지나고 낙엽 질 무렵의 잔디는 잔가시 많은 생선처럼 발바닥을 따끔거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