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69-270
한결 짙어진 저녁 으스름에 침묵이 녹아내린다. 대나무 발에서 걸러낸 어둠의 입자에는 소금기가 묻었다. 손에 만져질듯 싱그러운 갯바람, 이미 쭉정이처럼 삭았다고 생각한 육신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그미는 앉음새를 고쳐 앉는다. 살갗이 소리를 느끼고, 바람의 기미에 민감해진 몸의 언어가 그미의 마음 깊숙이 호미질을 해댄다. 두 여인이 동시에 손을 올려 희고 긴 목덜미를 쓸어내린다. 바람이 일어, 추를 단 대나무 발이 쿨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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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질투심과 경이로움을 함께 불러일으켰다.
그미의 이름은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타고난 재능에도 그미가 살아야했던 시절의 아픔은
오롯이 그미가 감당해야할 몫이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왜 그때...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라면 남녀가 다르지 않고 평등하다고 하는 지금의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에 스스로 결박되어진 삶을 살고 있음에야.
꼭 그래야했을까, 란 의문을 던지며
남녀의 굴레에서
오늘도 날 혼돈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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