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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일상/길위의 학교

[스크랩] 안동 ‘이현보’ 문학기행-첫째 날 사진과 후기

by 拏俐♡나리 2010. 1. 20.

왁자지껄 만담이 오고가는 ‘신기한 스쿨버스’에 올랐습니다. 오래간만이네요. 마치 버스 밖과 버스 안은 다른 기류가 존재하는 듯, 들어서니 사람의 마음이 금세 환기되었습니다. 1년 전후로 간만에 만나는 벗들과 선후배들, 처음 만나는 각종 연령대의 아이들이 스쿨버스 안에서 진기한 여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맛보던 감흥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게 예전처럼 버스는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은 물속에 물고기가 많다는 표현입니다. 그거와는 다르게 버스 안은 딱 ‘어른 반 애들 반’이었습니다.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었지만 나름 즐거운 풍경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건 아마 ‘어른도 아닌 것이 애도 아닌’ 20살 4총사가 중간에서 만들어낸 자연스런 포즈 덕분이었을 겁니다. ‘우울증’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고, 술을 마실 줄도 안 마실 줄도 알며,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면서도 단체를 위해서 짐꾼도 되는, 그 ‘어중간한’ 나이에서 위태위태 성숙해나가는 몸짓 덕분이었을 겁니다.


이제, 그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참고로 제 사진은 디지털카메라가 아니라 필름 카메라이고 필름을 스캔한 것이라 다소 화질이 떨어집니다. 뭐 상관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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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한강 위를 날아갈 무렵, 해는 빛깔 물감을 풀어내 하늘 캔버스에 노을을 그려냈습니다. 인공이 지배하는 도심도 거대한 노을에 비하면 하잘 것 없습니다. 강변 따라 늘어선 무수한 아파트도 별 볼일 없어집니다. 노을의 앞 배경이 되어준 아파트 무리들이 전설 속 성벽 모양새를 하고 있네요. 인공이 넘쳐나는 도시에 살지만 버스 안 식구들은 노을에 감탄하고, 주먹 만한 별 덩어리에 넋을 놓고, 강물 위 물안개에 반색하는 감성을 지니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더더욱 자연을 가까이 벗하는 여행이 되었으니 숨어 있던 미세 감성까지도 새록새록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현보 고택 가는 길에 만난 기암절벽, 층층 절벽 기억하시죠?

 

 

 

버스는 맛 기행도 겸했습니다. 강화도 밴댕이회와 숭어회, 복분자와 부침개가 등장했습니다. 복분자는 아마 위 황미령 선배님이 준비하신 것 같은데, 맞죠? 술이 술을 부르고, 흥이 살아나고, 말이 많아졌습니다. 버스 밖은 식구들이 먹을거리에만 집중하게끔 천천히 어둠의 장막이 쳐지고 있었습니다. 뒷좌석을 점령한 아이들은 그때 뭐하고 있었는지…… 문득 2년 전 8월 한여름날 강화도에서 신상영 선배님과 함께 “애들은 가라” 해놓고 밴댕이 무침과 소맥을 즐기던, 능소화 피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이성순 회장님, 입술이 부르트도록 이번 기행을 준비했습니다. 맛 기행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저녁에 나올 안주를 비롯한 일체 음식을 마련했고, 안동 간고등어와 찜닭을 다음 날 점심 메뉴로 정해 놓았습니다. 제가 떼를 약간만 썼는데 기꺼이 안동소주도 곁들여주었습니다. 안동소주가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깜빡 했습니다. 22도짜리 소주는 무르고, 40도짜리 ‘일품(一品)’ 소주를 즐겼습니다. 역시 제 맛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마저 즐기려고 찜닭 남은 거 신상영 선배님이 챙기셨는데 그거 어찌 하셨는지…… 아까워라.

 

차 안에서 자기 소개하는 시간, 우리의 오은실 선배님이 웃음 가득한 꾸러미를 맛보여 주었습니다. 이따가 저녁 프로그램에 다시 등장하시지만 차 안에서부터 사람들을 박장대소하도록 리드해 주셨습니다. 얌전하기만 하시는 줄 알아 이 분이 이런 끼가 있는 줄 알고 놀랐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웃음 라인’이라는 단어! 그 선 앞에서는 무조건 웃어야 한다는, 그 고뇌의 마지노선 설정이 좋았습니다. 저는 제가 즐겨 찾는 도서관의 제 사물함 앞을 ‘웃음라인’으로 정해 봅니다. 효과가 없으면 책임지셔요!

 

 


이번 기행은 아이들 ‘닌텐도’ 동호회 모임이기도 했습니다. 하나같이 자기의 보물을 가지고 와서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차 안에서 오은실 선배의 예쁜 막내 경아가 제게 보여준 닌텐도 문제를 보고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했습니다. 아이큐 테스트 같더군요. 그거 무르고, 대신 저는 감성이 풍부하므로 강아지 만져주고 목욕시켜주는 닌텐도 프로그램을 즐겼습니다. 뭐 제 수준이 좀 그렀습니다. 으흠.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할 줄 아는, 그러니까 ‘애도 아닌 것이 어른도 아닌 것이’라고 고백할 줄 아는 스무 살 친구들입니다. 무언가에 성실하고 싶고, 무언가 내 마음을 붙드는 것에 몰입하고 싶은 그런 친구들입니다. 올 한 해 기행에 자주 와 넓은 세상을 알고, 많은 사람들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기행반 어른들을 보면서 이렇게 기행 돌아다니며 나이먹는 것도 괜찮겠구나 느꼈으면 합니다.

 

 

 

벽지를 배경으로 제가 연출을 좀 시켰는데 엉성한 지시를 나름 소화해서 잘 따라 주었습니다. 제각기 아이들마다 감탄하거나 동경하는 꿈의 대상이 다를 터, 시야를 끄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이들을 잡아 붙드는 순간들이 올해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풍경은 평생을 통해 기억되기도 하고, 아이들을 너무 급하게 살지 않게, 멈춰 쉬면서 생각하게도 하니까요.  

 

이현보 시조시인에 대한 작가론과 작품론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힘든 90 가까이의 장수를 누리며, 조정 생활도 오래 하고 ‘강호가도(江湖歌道)’도 즐긴 분입니다. 그렇지만 벼슬 욕심이 강하지 않은 분이, 수차례 직책을 고사하던 분이 여러 직책을 누리고 나서 낙향하는 삶이 멋져 보였습니다. 벼슬은 그렇게 누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최고의 대통령이요, 최적의 국회의원이요, 일등 도지사감이요 하는 것이 아닌, 인품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 주위에서 추천해 마지못해 하는 그런 벼슬생활이 멋지지 않을까요. 욕심 없이 살면서 자연스레 하늘의 선물로 맛보는 행복을 많은 고위직 어른들이 아셨으면 합니다.

 

 


작가론과 작품론을 준비하신 진미자 어르신입니다. 이 분도 위에 언급한 방식으로 벼슬을 받으신 분이십니다. 기행반 회장직이라는 힘든 직책을 잘 해나가시리라 믿습니다. 굳이 펜션 안에서까지(?) 선글라스를 쓰고 계신 폼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 않나요?


 


문재승 님의 글 읊는 모습입니다. 기행반 바깥식구가 아니라 어엿한 동문 선배로 자리 잡으셨습니다. 기행 밖과 기행 안을 연결해 주는 것이 저 분이 쓰신 검은 뿔테 안경이 아닐는지. 조금 있다가 김미경 선배님이 저 안경을 받아쓰고 글을 읽으셨습니다. ‘아, 부부는 저렇게 안경도 공유하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제가 만날 사람도 저랑 시력이 비슷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제가 많이 나쁘니까 그러지 않는 게 좋겠군요. 으흠.

 

 


제가 잠깐 신경써서 발표를 하게 한 친구입니다. 역시 검은 뿔테안경이 어릴 적 제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마찬가지로 잘생겼습니다. 차분차분 이현보의 ‘어부가’ 단가 다섯 장을 읊어 내려갔습니다. 참 잘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시 낭송회 상을 받았던가요? 참, 이름도 까먹었네……

 

 


와! 원다슬이라는 친구인데, ‘어부가’ 단가 다섯 장을 다 외워 읊었습니다. 당근 장원급제감이지요. 역시 걸출한 선비는 밤을 새워 글을 읽고 외우고 되새기는 세월을 보낸 이들이겠지요. 이 친구도 그랬답니다. “‘어부가’를 어떻게 외워 시 낭송을 한담?” 하고 푸념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웃을 때의 3대 법칙을 알려주신 아까 그 양반, 오은실 선배입니다. "크게 웃어라 그려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길게 웃어라 그러면 심폐기능이 좋아질 것이다, 온몸으로 웃어라 그러면 다이어트를 비롯해 오장육부에 좋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겉 몸이 삶에 찌들리느라 몸 속 깊이 숨어 지내던 웃음보를 꺼내게 해주셨습니다. ‘억지웃음’은 저는 안 하는 행동인데, 이 분은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이 있지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서 행복하다’는. 스트레칭을 비롯한 운동도 일부러 해야 효과가 있는데 웃음도 그러한가 봅니다. 아니면 매일 행복한 일들을 만들어 저절로 웃든가. 어느 게 더 쉬운지는 다 아시죠?

 

 


미소는 더욱 하기 쉬운 ‘준웃음’이지요. 미소가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아직 밤 10시 반밖에 안 됐어요. 여기 계신 자칭 신데렐라들이 유리 구두 한 짝을 벗어던지고 도망가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어요.

 

 


아, 유리 구두가 아니고 운동화였군요....... 유리 구두도 아니고, 다 벗고들 있으니 그냥 밤새 있으셔요. 그런데 이렇게 마구 벗어놓은 신발들을 보고 있으면 부산하게 신이 나고 흥이 나 있는, 한 방에 모여 정을 나누는 모습이 연상돼 저는 좋습니다.

 

 


아무래도 위 사진보다는

 

 


무언가가 첨가된 위 사진이 더 낫지 않나요?


암튼 방 안에서 단체사진 찍기는 저로서는 처음입니다. 다들 수고!

 

 


경선 씨와는 1년 만에 만났네요. 더 씩씩해진(?) 아니 더 새색시다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몸도 날씬해졌다고 자랑했고요. 제가 경선 씨의 마니또거든요. 지금 이 모습으로 올 한 해 쭉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니 주문을 외웁니다. 비비디바비디부!


 

 

 

출처 : 방송대문학기행반
글쓴이 : 박태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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