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달이 훤히 떠 있는 밤, 당신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데, 멀리서 개가 짖고 있습니다.
개가 짖고 있는데, 당신은 어떡하겠습니까?
밤은 깊어만 가고, 개는 자꾸만 짖어대는데, 당신은 어떡하겠습니까? 당신의 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아
보십시오.
개가 짖고 있다. 나도 밤새도록 외치고 싶다.
'외치고 싶다'를 '짖고 싶다'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그 이유는 '외친다'와 '짖다'와의 맛의 차이 때
문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감흥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시를 쓰다 보면, 그 맛의 차이를 스스로 느끼는
때가옵니다. 다듬어 봅시다.
개가 짖고 있네.
나도 그렇게
밤새도록 짖고 싶네.
마치, 어느 외로운 사나이의 외침 같지 않습니까? 가슴속에 울분이 가득 쌓인 들개 같은 사나이의 외
침.
* 노을
저 멀리 노을 속으로 사람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작아져서 점이 되어 살아집니다.
저 사람이 보면, 당신은 어떻게 보일까요?
정리해 봅시다.
저 노을 속으로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는 사람이 나를 보면 나도 하나의 점일 거야.
다듬을 때는 동어반복을 회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점'과 '나'가 반복되었지요?
저 노을 속으로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는 사람
저 사람이 보면
나도 점일 거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이 더불어 사는 마음의 첫걸음. 표현방법은 1연은 서경적 묘사, 2연은
독백적 진술입니다.
* 나, 떠나면
매미소리가 따갑게 들려오는 여름날, 길을 걷다가 당신을 앞서가는 당신의 그림자를 쳐다봤습니다.
당신이 떠나면, 당신의 그림자는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그림자는 그대로 남겠습니까? 지워지겠습니까? 당신의 가슴속의 말로 당신에게만 들리게 대답
해 보십시오. 아마, 지워지겠지요? 이것도 독백적 진술입니다.
나, 떠나면
이 그림자도 지워질 거야.
아쉽지요? 그렇다면 한 번 더 생각을 굴려 봅시다. 생각을 굴린다는 것은 빗대어 보기나 상상하여 보
는 것을 말합니다.
무엇처럼 지워질까요?
대답해 보십시오. '무엇처럼' 지워질까요? 지금, 매미 소리가 따갑게 들려오지요? 여름이 가면, 저 매
미 소리는 어떻게 될까요? 어디론지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요? 그럼, 매미 소리는 어떻게 들립니까? 목
이 쉰 아저씨의 소리처럼 들리지요? 그렇다면, '저 목이 쉰 매미 소리처럼'을 덧붙이면 되겠지요?
모아 봅시다.
나, 떠나면
이 그림자도 지워질 거야.
저 목이 쉰 매미 소리처럼
'그림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목이 쉰 매미소리'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그림자'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남기는 '삶의 흔적', '목이 쉰 매미 소리'는 '몸부림치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시의 의미가 깊어지겠지요? 이것이 상징, 시어가 본래의 의미 이외에 다른 의미를 함께 가지게 하는
표현기교입니다.
* 모기
잠을 자려고 불을 껐는데 모기가 윙윙거립니다. 불을 켜고 모기를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화가 납니다.
그렇다면, 모기에게 한 마디 하고 자야겠지요?
뭐라고 하겠습니까?
불을 끄고 누워 모기에게 외쳐 보십시오.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생각하면 됩니다.
모기야, 이놈아, 실컷 빨아먹어라. 나도 줄 게 있어 매우 기분이 좋다.
이렇게 말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지요? 그런 당신의 마음을 섞어 다듬어 봅시다.
모기야, 이놈아.
실컷 빨아먹어라.
우리질 놈의 것
나도 줄게 있어
기분이 좋다.
'우리질 놈의 것'이 당신의 마음을 섞은 것입니다. 이제 마음 놓고 잠을 청해 보십시오. 내일 아침 일
어나면, 부처가 되어 있을지 모르니까. 전체적으로 사용한 표현기교는 반어법, 대상에 대한 생각과 느
낌을 반대로 진술한 것입니다.
* 감
당신은 지금, 감나무 골을 걷고 있습니다.
감이 먼저 익습니까? 당신의 마음이 먼저 익습니까?
당신의 대답을 섞어 인식내용을 정리해 보십시오.
감나무 골을 걷고 있으면, 감보다 내 마음이 먼저 익는다.
행만 나누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감나무 골을
걷고 있으면
감보다 내 마음이
먼저 익는다.
인식 내용을 다르게 정리해 볼까요?
감나무 골을 걷고 있으면, 내 마음보다 감이 먼저 익었다.
어쩐지 내용이 어색하지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퇴고입니다.
감나무 골에 들어서면 감은 (어느 사이 눈치를 채고) 빨갛게 익어 간다.
이처럼 당신의 상상에 따라, 인식내용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듬어 봅시다.
감나무 골에 들어서면은
감은 어느 사이 눈치를 채고
빨갛게 익어 가더라.
1, 2행과 3행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운율이 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3행의 글자 수를 늘
려야겠지요? 어떻게 할까요? '빨갛게'를 반복해 보면 안 될까요?
감나무 골에 들어서면은
감은 어느 사이 눈치를 채고
빨갛게 빨갛게 익어 가더라.
지금, 당신은 감을 의인화시켜 놓고 당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감이 누구입니까? 고향 옆집
의 영춘이, 아니면 뒷집의 순이. 누구라고 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상을 의인화시켜 놓으면, 당
신의 상상력은 무한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표현기교는 의인법과 반복법. 반복법은 같은 말을 반복하여 뜻을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표현방법은 독
백적 진술입니다.
이제 당신의 가슴속에 감추어 둔 먼 옛날의 이야기 하나 꺼내 봅시다. 이것이 상상하기 중, 경험을 되
살려 상상하기입니다.
서로 말 한 번 못하고 낯만 붉히고 스치던 어떤 소녀와의 아련한 이야기를 떠오르지요? 그때, 낯붉히
던 소녀가 누구였습니까?
저 감을 보십시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저 감처럼 낯붉히던 소녀는 누구였습니까?
내용을 정리해 봅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영희의 얼굴이 붉어지더라.
영희의 얼굴과 감을 바꿔 봅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감이 빨갛게 익어 가더라.
영희의 얼굴이 아니라 감이니까 빨갛게 익어 가야겠지요? 행만 구분하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감이 빨갛게
익어 가더라.
그 때의 감은 지금도 당신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빨갛게 빨갛게 익어가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추억
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표현기교는 의인법과 영탄법, 표현방법은 독백적 진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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