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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펌/좋은 시 모음353

판전(版殿) 앞에서 / 손태원 [200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조] 판전(版殿) 앞에서 / 손태원 어슬렁 뒷짐 지고 숲속 길로 접어든다 가다가 걸음 멈추고 가쁜 숨결 고르는 듯 병중작 칠십일과(病中作七十一果)여! 맥박소리 들린다. 흙마당 쓸다 남은 비질 자국 보이는 듯 새하얀 아가손이 쓰다 멈춘 낙서인 듯 다가온 계곡 물소리 .. 2011. 6. 24.
남문산역에서 / 손영희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조] 남문산역에서 / 손영희 기차는 아직도 이곳에 닿지 않았다 해묵은 선로만 시린 발을 끌고 와 창문을 기웃거리고 나는 짐처럼 놓여 있다 갈 곳 잃은 전화번호와 헐벗은 상념들 한 줌의 값싼 희망 주머니에 구겨 넣은 채 바람의 갈피 속에서 들썩이는 잠이여 나를 깨.. 2011. 6. 23.
수국 / 정창영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시조] 수국 / 정창영 추녀 끝 풀어 헤쳐 달아맨 풍경들이 산책을 하다 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며 새벽참부터 절터를 흔들어댄다 일 바쁜 주지스님이 잠시 출타한 사이 늙은 절은 힘에 겨워 한참을 버티다가 마침 들어온 동자승에게 대웅전을 내준다 잠 취한 동자승.. 2011. 6. 22.
희생 / 하병연 [200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희생 / 하병연 몸 낮추고 벼를 보아라 벼는 혼자 살려고 하지 않는다 스무사나흘 정도 살 맞대어 살다가 큰 논으로 분가하면 그때부터 다시 한 달 보름 동안 자기 몸을 쪼개고 쪼개다 여름을 들인다 몸 낮추고 벼를 자세히 바라보면 이 여름 푸른 이유를 알 수 있다 눅.. 2011. 6. 21.